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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칼럼니스트인 박병성이 한국일보 객원기자로 뮤지컬 등 공연 현장의 생생한 이야기를 격주로 연재합니다.




연극 '미러'. 엠비제트컴퍼니 제공


연극은 관객을 익숙하지만 낯선 공간으로 데려가 허구의 이야기로 진실을 보여주는 예술이다. 연극이라는 말에는 거짓을 꾸미는 일이라는 의미가 포함돼 있다. 무대 위 상황은 실제 벌어진 일이 아니지만 현실을 상기시킨다. 그래서 우리는 연극을 보며 공감하고 분노한다. 연극 '미러'(샘 홀크로프트 작·김태형 연출)의 포스터에는 제목과 함께 '디스 플레이 이즈 어 라이(This Play Is황금성게임방법
a Lie·이 연극은 거짓이다)'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 모든 연극은 기본적으로 거짓이다. 그럼에도 이 말을 넣은 이유는 무엇일까. 이 문구는 연극 '미러'의 특징을 가장 명확히 드러낸다.
공연장에 들어서면 무대는 결혼식장으로 꾸며져 있다. 신랑과 사회자는 관객을 하객으로 맞으며 가벼운 말을 건네기도 한다. 그러나 결혼식의 실체는 검열다음주추천주
을 피해 연극을 올리기 위한 위장이다. 결혼을 주재하던 호적 담당 공무원은 관객들에게 여기서 연극이 벌어질 것이며 불편한 이들은 나가도 좋다고 말한다. 그가 문화부 국장 첼릭을, 신랑은 자동차 정비공 출신의 작가 아덤을, 신부는 국경 부대에서 갓 문화부로 전근 온 첼릭의 비서 메이를, 그리고 진행을 돕는 사회자는 성공한 관제 작가 백스를 연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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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미러'. 엠비제트컴퍼니 제공


작가 아덤이 첼릭의 사무실에 호출돼 오면서 극중극이 시작된다. 아덤은 얼마 전 자신의 아파트 이웃들의 실제 이야기를 사진을 찍듯 그대로 담은 희곡 '9층'을 썼고, 이것이 화근이 됐다. 황금성잭팟
아덤의 희곡은 문화부(라고 쓰고 검열부라고 읽는다) 시각에서는 저속하고 퇴폐적이고 사회에 불만이 가득 찬 반국가적 작품이다. 첼릭 국장은 아덤에게서 현실을 그대로 기억하고 개성 있는 언어로 표현해내는 작가적 능력을 발견했다. 그를 탄압하는 대신 백스에게 했듯 자신의 편으로 만들려고 한다.
앞서 말한 대로 연극은 거짓된 이야기다. 거짓된 이10원야마토게임
야기를 국가가 검열하고 두려워하는 것은 허구의 힘이 강하기 때문이다. 유발 하라리는 저서 '사피엔스'에서 불완전하게 태어난 인간이 지구에서 최상위 포식자가 될 수 있었던 이유로 이야기의 힘을 꼽는다. 인간은 허구를 만들어내며, 이를 믿고 뭉쳐서 거대한 적들을 정복해 왔다. 허구는 민중을 뭉치고 행동하게 만든다. 등장하진 않지만 작품에서 언급되는 가마쉬 같은 인물은 검열을 통해 독재 국가의 명맥을 유지하려고 한다. 그러나 첼릭은 오히려 허구를 이용한다. 그는 허구로 감동을 조장하고 국가 목표에 순응하는 국민을 양산하려고 한다. 검열이 아닌 작가 지원과 통제를 통해 국가 목표에 맞는 작품을 만들어내려는 것이다.
아덤과 체제에 순응한 관제 작가 백스의 희곡은 작품 내에서 리딩 공연을 하듯 재현되기도 한다. 연극 '미러' 속에 결혼식을 위장한 연극이 벌어지고 그 연극 속에 아덤과 백스의 연극이 재현되는 구조를 취하는 것이다. 허구 속의 허구, 다시 그 허구 속에 허구가 재현되는 이중 극중극이 펼쳐지는데 최종의 극중극인 아덤의 희곡은 현실을 그대로 옮겨 놓았다는 아이러니한 설정이다. 아덤의 작품은 연극의 본질인 허구를 버리고 비상한 기억력으로 선택된 실제 대화를 기록함으로써 현실의 실체를 드러낸다. 그의 작품은 허구인가, 현실인가.

검열 대신 허구로 민중 선동하려는 정부



연극 '미러' 포스터


연극 '미러'는 허구를 통해 진실에 닿으려는 연극의 진실과 허구에 대해 생각할 거리를 제공한다. 동시에 검열과 예술의 자유, 예술의 힘에 대해 이야기한다. 깊이 있는 질문들을 던지지만 작품은 위장된 연극이 주는 긴장감과 미스터리한 복선과 반전을 유지한 채 재미를 놓지 않는다. 위장 결혼식의 하객에서 극중극의 관객으로 참여하게 되는 관객은 극에 긴밀하게 참여하면서 비밀리에 벌어지는 은밀한 저항의 공모자가 된다.
지금까지 연극 '미러'에 대한 설명은 절반에 불과하다. 후반부에는 스포일러가 될 수 있는 흥미진진한 사건이 기다리고 있다. 관객들은 사전 정보 없이 보았을 때 이 작품의 매력이 극대화될 수 있다며 자발적으로 스포일러를 피하는 조용한 연대를 만들어가고 있다.
연극 ‘미러’는 예술의 검열이라는 한국 관객에게도 낯설지 않은 소재를 진지하게 제시하면서도, 예술의 허구와 진실의 문제에 대해 깊이 있는 질문을 던진다. 그러면서도 대중적 재미를 놓치지 않는다. 공연은 9월 14일까지 예스24아트원 1관에서 이어진다.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