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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의를 시작하며

2023년 2월 12일 제주를 찾은 태영호 의원의 발언은 지금껏 제주 사회와 한국 사회가 애써 일궈왔던 사회적 합의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었다. 그는 "제주 4.3 사건은 명백히 북한 김일성의 지시에 의해 촉발됐다"증권사추천종목
고 말해 '국가폭력'으로 일단락되고 있던 4.3의 성격 규정을 정면으로 부정했다. 발언이 전해지자, 제주4.3희생자유족회와 제주4.3기념사업위원회, 제주4.3평화재단 등 관련 단체들은 성명을 내고 "북한 김일성 지령설이 사장된 지 오래된 허위 주장이라며 태 의원의 사과와 최고위원 후보직 사퇴를 촉구"했다. 더불어 태영호의 주장은 "4.3을 폭동으로 폄훼해 실시간인터넷알박기방송
온 극우의 논리와 전혀 다를 바가 없다"고 지적했고, 오영훈 도지사를 비롯한 정치권 역시 한목소리로 '태영호 제명' 등을 촉구하면서 태영호 의원의 발언을 규탄했다. 
하지만 태영호 의원은 이런 제주 사회의 규탄과 사과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태영호TV'라는 유튜브 채널을 통해 자신의 주장을 반복적으로 게시했고, 이로 인해 SNS상에서는 일대주식시작하는법
논쟁이 발생했다. 태영호의 4.3 관련 뉴스 보도 등에는 대략 600~1,000개 정도의 댓글이 게시되었는데, 대부분이 그 주장을 옹호하거나 응원하는 댓글들이었다. 익명성에 숨어 무비판적으로 태영호의 발언을 옹호하거나 4.3을 비판하는 댓글을 읽으면서 필자는 문득 4.3에 대한 논의가 특별법 이전으로 퇴행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두려움이 들기도 했다휴바이론 주식
. 
태영호의 발언을 옹호하는 댓글들은 '국가폭력론'에 반발하여 집단적으로 반격하는 이른바 '백래시(Backlash)'일 수도 있다. 하지만 문제는 간단치 않다. 왜냐하면 4.3 관련 유튜브 게시물에 달린 무수한 댓글에는 제주 사회와 한국 사회가 그토록 벗어버리고 싶어 했던 "공산폭동"이라는 굴레가 여전히 존재하고 있고, 심지어는 확대 재증권종목추천
생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제주 사람들은 4.3을 인식(기억)함에 있어 "지배적이었던 공식역사나 최근의 진상보고 등과 같은 '사실'보다는 부모 세대로부터의 구술이나 재현된 이미지 등에 더 영향을 받는다고 한다. 이러한 사정을 고려했을 때, 온라인상에서 진행되고 있는 4.3 관련 담론 논쟁을 애써 모른 척할 수는 없다. 전체 뉴스 소비의 85%가 온라인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유튜브의 4.3 관련 담론은 어떤 식으로든 4.3에 대한 인식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필자는 태영호의 4.3 관련 망언을 계기로 온라인에 게시된 4.3 관련 담론을 분석했다. 유튜브의 4.3 관련 논의에 달린 댓글들을 분석하여 '지금-현재' 한국 사회가 제주 4.3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까지로 논의 지점을 확장할 것이다. 댓글을 통해 제주 4.3에 대한 인식을 밝히는 것이 특정 의견의 과표집 된 결과일 수도 있다. 4.3과 관련하여 '지금-현재' 온라인에서 "실체로 존재하는 여론"의 일부라는 점에서 나름의 의의가 있다. 4.3이 광주민중항쟁처럼 일부 사람들에 의해서 '남의집 제삿날'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이를 폄훼하고 부정하는 목소리들과 대면하는 것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4.3 관련 유튜브 댓글 분석
1) 분석 대상 댓글 수집
4.3과 관련한 '유튜브' 게시물에 달린 댓글을 분석하기 위해 먼저 유튜브(https://www.youtube.com) 검색창에 '제주 4.3사건'을 검색어로 상위에 위치한 유튜브 채널을 선정하여 이들 채널에 달린 댓들을 유튜브 API(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를 통한 파이썬 프로그램을 통해 총 3만 320개를 1차로 수집했다. 수집된 1차 댓글들 가운데 중복된 댓글과 한글 이외의 댓글은 모두 제외하여 최종적으로 총 1만 3,964건을 확정했다. 
2) 분석 방법
수집된 분석 대상 최종 댓글을 한글 자연어 처리 패키지인 KoNLP를 사용해 단어 추출과 전처리를 했다. 또한 불용어 제거와 함께 데이터 분석에 꼭 필요하다고 판단된 단어에 대해서는 별도의 사용자 정의 사전을 만들어 분석했다. 분석 방법으로는 댓글 전체를 대상으로 한 빈도 분석(워드 클라우드)과 토픽 분석, 의미망 분석을 사용했다. 
3) 분석 결과  
(1) 빈도 분석
빈도 분석을 통해 추출한 '4.3' 관련 유튜브 댓글들의 주요 키워드 '역사'(3503), '제주'(2617), '4.3사건'(1665), '설민석'(1532), '남로당'(1418), '사람'(1358), '사건'(1357), '강의'(1298) 등 주로 제주의 역사와 4.3에 대한 설민석의 강의와 관련된 단어들이고, 그 뒤를 이어 '빨갱이'(912), '북한'(898), '대한민국'(874), '왜곡'(846) 등의 단어가 높은 출현 빈도를 보인다. 이 같은 어휘 출현은 4.3 관련 유튜브 댓글들이 설민석의 강의를 비롯해 도울 김용옥, 황현필 등 이른바 진보 측 인사들의 4.3 관련 강의가 남로당을 비롯한 이른바 '빨갱이'들의 행위에 대해 언급하지 않음으로써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하는 역사 왜곡을 시도하고 있다는 점에 대한 비판에 집중되어 있음을 보여 준다. 

빈도 분석은 워드클라우드를 통해 시각화하면 보다 직관적으로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4･3' 관련 유튜브 댓글을 기반으로 한 워드클라우드


(2) 토픽 분석 

4.3 관련 유튜브 댓글은 어떤 내용을 담고 있을까? 이를 분석하기 위해 토픽 분석을 실시했다. 토픽 분석이란 대규모의 문서가 어떠한 주제를 구성하고 있는지를 확률/통계적인 접근법으로 분석하는 기법이다. 필자는 "topicmodels" 패키지를 활용하여 토픽 분석에서 많이 활용되는 잠재 디리클레 할당(Latent Dirichlet Allocation: LDA) 기법을 사용해 분석했다. 분석 결과의 자의성을 줄이고자 FindTopicsNumber()를 사용해 적정한 토픽값을 산출한 결과 총 8개의 토픽을 추출했다.




추출된 토픽 결과를 해석하면 다음과 같다. 먼저, '설민석', '강의', '왜곡' 등의 어휘가 상위에 위치한 토픽1은 '진실', '좌파', '공부', '역사왜곡', '당신', '강사', '방송' 등의 단어와 연관을 맺음으로써 역사학을 전공하지 않아 공부도 부족한 강사 따위가 방송을 이용해 역사적 진실을 왜곡하고 있다는 비판이 중심 주제를 형성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 
토픽2는 '들이', '빨갱이', '사건', '4.3사건' 등이 상위에 위치해 있는데, 이들 어휘가 '학살', '희생', '제주도민', '남로당', '선동', '민간인' 등의 어휘와 연관을 맺음으로써 이른바 민간인 학살과 제주도민의 희생을 강조한 '양민학살-국가폭력론'으로 논지가 수렴된다. 이러한 방식으로 해석하면 토픽3은 '이승만'과 '북한', '미국', '친일파' 등의 어휘를 통해 4.3 당시의 정국에 대한 논의들이 댓글에서 논의되고 있음을 보여 준다. 토픽4는 4.3에 대한 이야기를 비롯한 기억과 의미화에 대한 논의로 보이며, 토픽 5는 4.3의 발생 원인을 이념 또는 사상의 대립으로 바라보는 관점을, 그리고 토픽6은 과거를 극복하고 미래로 나아가는 방안에 대한 논의로, 토픽6은 남로당에 의한 '무장폭동론'이 얼마나 강력한 힘으로 눈앞에서 어른거리고 있는지를 보여 준다. 마지막으로 토픽8은 4.3의 진실을 전파하기 위해 노력하는 이들에 대한 감사와 고마움이 표현되어 있다. 

한편, 토픽 분석을 통해 추출된 문서별 토픽 수 분석은 4.3 관련 유튜브 댓글의 전체적인 흐름을 파악하게 한다.




토픽별 문서 수 그래프.


통계적 수치를 통해 제시된 위 그래프는 4.3 관련 댓글들이 토픽 2와 4에서 보듯이 4.3사건의 진실 규명과 4.3이 발생했던 '시대 상황'에 대한 관심이 토픽 3이나 토픽 6의 '폭동론'이나 '남로당 책임론'보다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토픽 3과 토픽 6이 일정한 분포수를 점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유튜브 댓글에서는 4.3의 성격 규정을 놓고 공식적인 담론(국가폭력론)을 거부하는 강력한 담론(폭동론 또는 남로당 책임론 등)들이 담론 투쟁을 전개하는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3) 의미망 분석
한국어는 단어 그 자체보다는 함께 사용되는 단어, 즉 문맥에 따라 그 의미가 달라지는 특징을 지닌다. 따라서 4.3 관련 유튜브 댓글의 정확한 의미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댓글을 구성하는 단어들이 어떤 맥락에서 사용되었는지를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한 분석 방법이 의미망 분석(Semantic Network Analysis: SNA)이다. 
의미망 분석을 통해 개별 단어들이 어떤 단어와 상호 관련을 맺는지를 가시적으로 파악할 수 있게 한다. 가령 '김달삼'이라는 어휘는 '해주', '남로당', '이덕구', '마르크스', '주동자', '지시' 등의 단어와 함께 추출되면서 일정한 의미를 구성한다. 비슷한 예로 '서북청년단'은 '무장대', '주체', '약탈', '강간', '친일경찰', '학살', '저지르다', '단체' 등과 결합하여 의미를 형성한다. 

동시 출현 단어들을 분석해 보면, '역사'는 '왜곡', '진실', '4.3사건', '제주', '사람', '대한민국', '강의' 등의 어휘와 결합하여 의미를 형성한다. 또한 '설민석', '강의' 등이 반복해서 등장하는데, 이는 '4.3'관련 댓글들이 주로 '4.3' 역사 강의에 의해 촉발되고 있음을 보여 준다. 그런데 이것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다시 말해, 현재 온라인 공간, 그중에서도 유튜브 공간에서 유통되고 있는 '4.3'관련 담론들은 '4.3' 관련 역사 강의 내용에 대한 '찬성VS반대'를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논란의 진원지가 '4.3' 관련 역사 강의라고 한다면, 향후 성공적인 '4.3'의 의미화 작업을 위해서라도 역사 강의를 더욱 활성화하고 이를 통해 촉발되는 다양한 담론들과 마주하는 방안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동시 출현 단어의 파이계수 기반 네트워크 분석.


네트워크를 분석해 보면, 가장 굵고 집중적으로 의미가 연결된 부분은 왼쪽 하단인데, 너무 집중되어 파악하기가 어렵다. 하지만 '봉기', '행사', '청중', '단독선거', '정부군', '기독교', '운동', '무자비' 등등의 어휘가 결합되어 아직 정명(正名)되지 못한 4.3의 의미화처럼 혼재된 채 강력한 의미군을 형성한다. 이 밖에도 '가슴-아프다', '사삼사건-제주', '진압- 과정', '영화-지슬', '우익-좌익', '눈물-흘리다', '프레임-씌우다', '고인-명복-빌다', '여수-순천-반란사건' 등이 독자적인 의미군을 형성한 것도 살필 수 있다.
결론을 대신해
이 글은 유튜브 채널에서 '제주 4.3사건'을 키워드로 검색해 유튜브에 달린 댓글을 수집하여 텍스트마이닝 분석한 것이다. 분석 대상은 검색일 2023년 3월 14일을 기준으로 수집한 댓글 13,964건이다. 그 결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4.3관련 유튜브 댓글은 내용상으로 크게 8가지 정도를 분류할 수 있다. 댓글을 통해 본 한국인들의 인식은 현재 관심의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는 이른바 '김일성의 지시에 의한 반란 또는 폭동'보다는 4.3사건의 진실 규명과 4.3이 발생했던 당시 시대 상황에 대한 논의들에 집중하고 있다. 
둘째, 상당수의 댓글들은 이승만 정권의 제주인에 대한 일련의 조치(학살)에 대해 자유대한민국 건설과 빨갱이(남로당)들로부터 제주도를 구하기 위한 과정에서 발생한 어쩔 수 없는 행위로 정당화한다. 하지만 동시에 사건이 일단락된 후에도 여전히 그 희생자들을 '폭도화'하는 담론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모습을 보인다. 이 같은 인식의 근저에는 과거의 불행은 잊고 미래와 평화로 나가자는 평화 담론 또한 어느 정도 수용되고 있음을 보여 준다.
셋째, 4.3 관련 댓글에는 직접적인 혐오 표현이 등장한다. '빨갱이', '역사연예인,' '썰구라', '문재앙', '제동', '국민의짐', '전라디안', '폭도떼', '거지떼', '병신', '좌빨', '제주놈', '섬놈', '섬새끼', '섬것들', '기레기', '개독교' 등 혐오 표현과 욕설 등이 무차별적으로 게시되고 있다.
넷째, '남로당에 의한 폭동'이라는 논리가 하나의 흐름으로 작동하고 있다. 이 논리는 4.3에 대한 국가 차원의 의미화 작업이나 대중들에게 4.3을 알리는 일련의 행위에 대해 강한 적의(敵意)를 내보이는데, 이는 보수적 성향의 채널인 정규재, 윤튜브, 태영호 채널 등에 주로 게시되지만, 설민석, 씨리얼, 도울 강의 등 채널의 정치적 성향과 관계없이 반복적인 형태로 제시되고 있다.
이 글은 분석 대상의 제한 등에서 일정한 한계를 갖고 있지만, 4.3의 새로운 해석을 위해서 지금까지 시도되지 않았던 빅데이터 분석 방법 중 하나인 텍스트마이닝을 활용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지금 4.3은 기존의 방식이나 사유와는 다른 생각과 마주하는 용기가 필요하다.
참고문헌강진구, 『한국문학의 쟁점들』, 제이앤씨, 2007.강진구⋅이기성, ｢텍스트마이닝(Text Minning)을 통해 본 제주 예멘 난민: 네이버 뉴스 댓글 을 중심으로｣, 『다문화콘텐츠연구』 30, 2019.강창일, ｢뒤틀린 한국현대사와 제주4.3사건｣, 『역사와세계』 27, 2003.권귀숙, ｢제주 4.3의 진상규명과 젠더 연구｣, 『탐라문화』 45, 2014.김동윤, ｢역동하는 섬의 상상력: 오키나와⋅타이완⋅제주 소설에 나타난 폭력과 반(反)폭력의 양상｣, 『한민족문화연구』 70, 2020.김영우, 『Do it! 쉽게 배우는 R 텍스트 마이닝』, 이지스퍼블리싱, 2021.김은실, ｢국가폭력과 여성: 죽음 정치의 장으로서의 4.3｣, 『4.3과 역사 18』, 2018.김치완, ｢유가(儒家) 역사관으로 본 부마민중항쟁과 제주4.3｣, 『문화와 융합』41(6), 2019.백영민, 『R를 이용한 텍스트 마니잉』, 한울, 2020.윤호영, ｢지상파, 종편 뉴스 및 보수우파 유튜드 댓글 분석: SVM 텍스트 분류와 Glove 방법의 적용｣, 『Journal of the Korean Data Analysis Society』23(3), 2021.하정일, 『탈식민의 미학』, 소명출판, 2008.한지혜, ｢與태영호 "제주 4.3, 北김일성 지시로 촉발"…유족회 "폭동으로 폄훼"｣, 중앙일보         (2023.2.13), 2023.
이 글은 제주대학교 탐라문화연구원 학술지 '탐라문화 제75호(2024)'에 '텍스트마이닝 기법을 통해 본 4･3 담론 분석 - 유튜브 댓글을 중심으로'라는 제목으로 실은 논문은 [제주의 소리]에 싣기 위해 정리 요약한 것이다.
강진구(제주대학교 탐라문화연구원 학술연구교수)
중앙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2007년부터 문화다양성과 관련한 연구와 강의를 시작한 이래, 지금까지 한국사회의 문화다양성과 코리안디아스포라 문학을 연구하고 있다. 2013년부터 2019년까지 중앙대학교에서 조교수로 재직했으며, 2020년 9월부터 제주대학교 탐라문화연구원 학술연구교수로 재직중이다.
저서로는 『한국사회와 다문화』(공저), 『문화다양성과 문화 다시 생각하기』(공저), 『어떻게 여기 난민: 난민 경험과 기억』(공저), 『한국문학의 쟁점들: 탈식민·역사·디아스포라』, 『한국문학과 코리안디아스포라』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