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럼프 2기는 출범한 지 두달도 안 돼 세계 곳곳에서 마찰을 빚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로 소득세를 대체하고, 동시에 약달러를 유도해 자국 제조업의 가격경쟁력을 높이길 바란다. 트럼프 2기 정책들이 다 그렇듯 두 정책 역시 양립하기 힘들어 보인다. # 약달러든 강달러든 미국 역사에서 통화가치의 인위적 조정은 항상 동맹국들과의 합의를 통해서 이뤄졌다. 신뢰를 잃으면 통화 협약도 없다. 이를 모를 리 없는 트럼프 행정부가 동맹국과의 협상 테이블에 '안보 우산'까지 꺼내들 수 있을까. 더스쿠프가 달러 체제의 붕괴를 배제하기 힘든 이유를 알아봤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 집무실에서

소득공제통신비
우리는 달러가치의 복잡한 경제학 1편에서 올해 들어 본격적으로 시작된 약달러 시대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을 알아봤다. 2편에서는 트럼프 체제가 추구하는 약달러 정책의 문제를 짚었다. 3편에선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하는 미국의 약달러 정책이 달러 기축통화 체제를 무너뜨리는 변곡점이 될 수 있는 이유를 자세히 살펴본다.
든든학자금 이자■ 강달러로 선회한 배경=미국은 오랜 기간 주요국들과의 합의를 통해서 통화 관련 협정을 맺어왔다. 대체로 달러가치를 인위적으로 떨어뜨려서 경상수지 적자에서 빠져나오려는 시도였다. [※참고: 일반적으로 달러가치가 하락하면 미국이 수출하는 제품의 가격이 떨어져 수출이 늘어나고, 경상수지가 회복된다.]
물론 반대의 경우도 있는데, 대표 상태 적인 건 1995년 역플라자 합의다. 이는 달러가치를 내리는 내용의 플라자 합의 후 엔화가치가 지나치게 상승하자 일본의 파산을 막자며 진행한 협약이다.
역플라자 합의에서 미국은 달러가치 상승에 합의했다. 명분은 일본 경제의 붕괴를 막자는 것이었지만, 그보다는 강달러가 중요한 시기였기 때문이다. 미국은 플라자 합의 후 경상수지 적자분을 어 인터넷바로대출 느 정도 만회하자 갈수록 수익률이 낮아지는 제조업보단 금융을 성장축으로 삼았다. 미국이 강달러로 방향을 튼 이유다.
실제로 1990년대 이후 외국인이 미국 증시에 직접 투자한 금액은 천문학적으로 불어났다. 외국인 투자자는 1990년 미국 증시에 4213억 달러를 투자했는데, 1999년 2조5258억 달러로, 2019년 8조7905억 달러 운동선수 로, 2023년 12조9789억 달러로 갈수록 늘어났다(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하지만 트럼프 체제에서도 미국이 기축통화 지위를 유지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금까지와 달리 '약달러'를 원한다. 트럼프가 원하는 것처럼 미국이 무역수지 흑자를 확대할수록 전세계의 달러 유동성이 부족해져 달러가치가 되레 상승한다. 그러면 달러의 입지가 흔들릴지 모른다. 그렇다고 미국이 기축통화국 지위를 잃고 싶어 하지도 않는다.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부 장관은 지난 3월 7일(현지시간)에도 "트럼프 대통령 지시대로 달러가 계속해서 세계의 기축통화가 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기축통화인 달러를 활용해 사실상 국채 표면금리 수준의 저리로 막대한 전세계 유휴자금을 대출받는 특혜를 누려왔기 때문이다.



■ 트럼프의 과욕=그럼 트럼프 체제에서 미국이 무역수지 흑자기조를 유지하면서도 자신들이 원하는 대로 약달러로 갈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다른 나라들과의 합의가 유일한 길로 보인다. 기축통화인 달러의 가치는 킹스턴체제, 루브르 합의, 플라자 합의, 역플라자 합의에서 방향만 다를 뿐 항상 미국이 원하는 대로 조정돼 왔다.
그런데 트럼프 행정부가 다른 주요국들과 합의를 통해서 달러가치를 조정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있다. 신뢰의 결핍이다. 트럼프 2기가 출범한 지 두달이 채 안 됐지만, 세계 곳곳에서 미국에 불신을 보이는 목소리가 높다.
주요국 지도자들은 트럼프에게 불쾌감을 표출하는 데 주저하지 않고 있다. 차기 독일 총리 취임이 유력한 프리드리히 메르츠 기독민주당 대표는 지난 2월 21일 독일 ZDF 방송과 인터뷰에서 "트럼프 체제에서는 미국을 신뢰할 수 없다"며 자체 무장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9일 캐나다 총리로 취임한 마크 카니 전 중앙은행장은 "우리 경제를 약화하려는 사람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라며 "우리는 그가 성공하도록 두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독일의 대표적인 시사주간지 슈피겔은 11일 "트럼프의 미국은 더 이상 유럽의 동맹이 아니다"면서 "미국이 러시아가 아닌 우크라이나를 압박하는 것은 유럽을 향한 실존적 위협"이라고 비난했다. 슈피겔 기사의 제목은 충격적이게도 '미국은 이제 적이다(America Is Now an Adversary)'였다.
■ 동맹 대우=트럼프 2기는 나름대로 방법을 마련해 뒀다. 경제수석 역할을 하는 스티븐 미란 대통령 경제자문위원회 위원장의 아이디어다. 미란 위원장은 백악관에 합류하기 직전인 지난해 11월 허드슨 베이 캐피털 소속으로 '국제 무역 체제 재구조화를 위한 가이드'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달러 기축통화 체제에서 다른 나라들이 기축통화인 달러를 보유할수록 결국 강달러를 유지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지적하고 있다. 미란 위원장은 다른 나라들이 보유한 미국 국채를 표면금리가 0%인 만기 100년의 영구 국채로 교환하고, 달러 유동성 부족 문제는 국가간 통화스와프로 해결하자고 제안한다. 결국 미란 위원장의 해법도 다른 나라들과의 합의다. 하지만 1940년대 이후 미국이 유지해 온 신뢰를 통한 합의는 아니었다.
미란 위원장은 다음과 같이 구체적인 방안을 제안하고 있다. "우리의 무역‧군사 동맹국들이 미국의 단기국채를 보유하면 사용료를 물려야 한다. 만약 이들이 표면금리가 0%인 100년 만기 미국 국채를 보유하지 않겠다고 하면, 안보 우산(군사력)을 뺏는 식으로 협상해야 한다. 그러면 달러 약세를 유도할 수 있다."



독일의 유력한 차기 총리 후보인 프리드리히 메르츠 기독민주당 대표는 최근 한 인터뷰에서


미국이 동맹국의 안보를 볼모로 협상에 나선다면, 질 수 없는 승부인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협상장에 끌려 나온 동맹국이 과연 미국을 동맹으로 인정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스티븐 미란 위원장은 보고서에서 이런 내용을 담은 약달러 유도 정책을 트럼프 대통령의 별장 이름을 따서 '마러라고 합의(Mar-a-Lago Accord)'라고 부르고 있다. 미국이 과거에 다른 나라들과 맺었던 통화 관련 합의와 이름은 비슷하지만,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
'마러라고 합의'에 동의한 건 스티븐 미란 위원장,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 등 트럼프의 사람들뿐이라는 사실이다. 어느 동맹국도 이런 조건의 합의문에 쉽게 서명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달러 체제 붕괴는 벌써 시작했는지도 모른다.
한정연 더스쿠프 기자jeongyeon.han@thescoo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