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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K 현지 당원도 "성에 차는 후보 없어"
언론인 자격으로 행사장 들어선 전한길
찬탄파 연설마다 비난 유도…아수라장
전한길 방치하더니 뒤늦게 "출입금지" 뒷북
김·장 '단일대오' vs 안·조 '윤어게인 절연'






8일 오후 국민의힘 전당대회 첫 합동연설회가 열린 대구 엑스코(EXCO) 컨벤션홀에 당대표 후보들의 현수막이 걸려 있다. 대구=이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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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수 적다고, 손 놓고 있으면 어캅니까" 8일 점심 무렵, KTX 동대구역 앞에서 잡은 택시에서 들은 말이다. 기자에게 국민의힘 당원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기사는 8·22 전당대회에 큰 기대가 없다고 말했다. 의석에서 밀린다고 '쪽도 한 번 못 쓰는' 현 지도부도 달갑진 않지만, 당대표 후보도 "성에 차는 사람이 없 신한은행 비과세 다"고 했다.

그는 단지 "(더불어민주당과) 강하게 싸울 수 있는" 인물로는 김문수·장동혁 후보 정도를 손에 꼽았다. 그러면서도 "막상 되고 나면 또 딴소리할지 모른다"며 마뜩잖은 듯 토를 달았다. 여야가 '쌈박질'만 해도 곤란한 것 아니냐고 묻자 "그카긴(그렇긴) 한데, 민주당에 끌려가기만 해도 안 된다"고 답했다.
그린하우스 자타공인 '보수의 심장'인 지역임에도 축제를 앞둔 흥분보다는, 무기력에 가까운 차분함이 배어 나왔다. 텃밭인 TK(대구·경북)에서조차 집약된 열기를 기대하기 힘든 것이 현재 당 상황이라는 점이 문득 와닿았다.
기자석 앉은 전한길의 비난 유도…당은 제지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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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대구 엑스코 앞에서 김문수 후보 응원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는 김 후보 지지자들. 대구=이은지 기자



행사장소인 엑스코(EXCO) 앞에서는 일찌감치 모인 후보별 지지자들이 세 대결을 벌였다. 김 후보를 미는 당협 관계자들이 북을 치며 응원단 분위기를 미즈사랑 내는가 하면, 맞은편에선 '조경태 파이팅' 손팻말을 든 여성들이 눈에 띄었다. '혁신 당대표' 팻말을 지키는 안철수 후보 지지자와 몸에 태극기를 감은 채 "장동혁"을 외치는 당원도 보였다.

이같은 신경전을 웃으며 볼 수 없게 된 것은 연설회가 본격 진행되면서부터다. 심상치 않은 조짐은 한국사 강사 출신 전한길씨가 당에서 배부한 '프레스' 비표와 함께 행사장에 입장하면서 감지됐다. 극우 인사인 전씨는 최근 반탄(탄핵 반대)파인 장동혁 후보와 김문수 후보를 잇따라 자신의 유튜브 방송에 출연시킨 바 있다.
취재진을 위해 마련된 기자석에 앉은 전씨는 찬탄(탄핵 찬성)파 후보들이 마이크를 잡을 때마다 관중석의 야유와 욕설을 유도했다. 애초 출입기자가 아닌 이들의 취재는 제한됐던 만큼 일부 언론이 전씨에 대한 제지 여부를 묻기도 했지만, 당은 별도의 조치를 하지 않았다.
결국 사달이 났다. 친한(한동훈)계로 평소 당 혁신을 주장해온 김근식 후보의 소개 영상에서 전씨를 비판하는 내용이 나오자, 객석에서 "배신자"라는 비난이 터져 나온 것이다. 전씨는 김근식 후보가 "(당이) 단합해야 되는 것은 맞지만 '묻지마 단합'은 안 된다. (특히) 적어도 탄핵을 반대할 수는 있지만 계엄을 옹호할 수는 없다"며 자신을 겨눈 듯 발언하자 격분해 당원석으로 달려갔다.
전씨는 손을 위 아래로 흔들며 "배신자" 연호를 부추겼고 행사장에는 김 후보를 향한 비난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이에 반발한 조경태·안철수 후보 지지자들이 전씨에게 물병을 던지며 항의했다. 장내는 아수라장이 됐고, 단상에 가야 할 스포트라이트는 전씨로 쏠렸다.
한남동 관저를 찾은 당 의원 45명을 청산 대상으로 지목한 조경태 후보가 연설을 할 때도 전씨는 의자 위에 올라서서 한 손을 들어 올리며 적극적인 반대의 뜻을 표했다. 그의 뒤편에는 '윤석열 대통령 어게인(AGAIN) 전한길과 함께'라는 문구가 새겨진 현수막을 든 이들도 있었다. 조 후보 지지자들과 전씨 지지세력 사이엔 몸싸움과 고성도 오갔다. 연설을 하던 조 후보는 이 풍경을 보며 헛웃음을 짓기도 했다.
더 깊어진 '탄핵의 늪'…송언석, 뒤늦게 전씨에 '경고'



8일 오후 국민의힘 전당대회 대구경북 합동연설회 현장을 찾은 전한길씨(맨 좌측). 대구=이은지 기자



극도로 쪼개진 당의 모습은 당대표 후보들의 발언에서도 드러났다. 김문수·장동혁 후보는 강력한 대여투쟁을 고리로 '단결이 곧 혁신'이라고 주장한 반면, 안철수·조경태 후보는 '윤 어게인'으로 대변되는 반탄 극우세력을 몰아내야 당이 살 수 있다고 반박했다.

김 후보는 특히 민주당이 내란특별법 등을 통해 국민의힘 해산을 꾀하고 있다는 점에 방점을 찍었다. 그는 "국민의힘을 해산시키면 민주당 일당독재가 되지 않겠나. 대한민국이 북한 조선노동당, 중국 공산당 (체제)처럼 된다면 우리가 살 수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또한 "민주당을 해산해야 될지, 국민의힘이어야 할지, 이재명 대통령에게 공개 끝장토론을 제안한다"고도 했다. 전국적인 '반(反)이재명 투쟁'을 촉구하기도 했다.
당대표 당선 시 윤 전 대통령을 면회하겠다고 밝힌 장 후보는 "우리 당원들께서 만들어주신 대통령을 지킬 수 있는 힘을 주셨지만, 하나로 뭉치지 못하고 두 번이나 스스로 탄핵의 문을 열어줬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러면서 "더 부끄러운 것은 탄핵의 문을 열어준 사람들이 이제 와 탄핵에 반대한 당원들을 향해 '극우다', '혁신대상이다'라며 큰 소리 치고 있다"며 안철수·조경태 후보를 직접적으로 겨냥했다.  
반대로 찬탄 후보들은 TK가 더 이상 극우의 온상이 되어선 안 된다고 맞섰다.
안 후보는 반탄 후보들을 향해 "(대구를) 보수의 심장이라고 말하지만 극단적 선동가들 앞에서 굽실대지 않나"라며 "지역민들이 모아준 자산을 탕진하고 파산시킨 분들이 내가 '이재명 민주당'과 더 싸울 것이라며 소리친다"고 비판했다. 김·장 후보의 '뭉쳐야 산다'론은 극단세력의 궤변에 지나지 않는다며 "(이는) 당원을 모독하는 것"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조 후보도 "탄핵에 반대하고 부정선거론을 붙들고 '윤 어게인'을 부르짖을수록 국민의힘 지지율은 (10%대 중반으로) 뚝뚝 떨어지고 있다. 그런데도 우리 당은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며 "해당(害黨) 행위를 일삼는 훼방꾼들을 몰아내지 않고서 국민의힘에 미래는 없다"고 말했다. 아울러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당 혁신을 완수하겠다며 꼭 투표해 달라고 호소했다.
대구에서 열린 첫 합동연설회가 전한길씨로 인해 난장판이 됐음에도 가만히 있던 국민의힘은 전날 밤이 돼서야 송언석 원내대표 명의의 '뒷북 입장문'을 내놓았다. 송 원내대표는 "축제의 장이 돼야 할 전당대회를 분열과 갈등의 장으로 만든 데 대해 엄중 경고한다. 전씨를 포함 대의원 자격이 없는 인사에 대해 향후 모든 전대 일정 출입을 금지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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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CBS노컷뉴스 이은지 기자 leunj@cbs.co.kr
진실엔 컷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