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오는 공짜가 아니다. 증오를 위해 두뇌가 지불하는 것은 행복이다. 서울 광화문 세종대로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나는 적이 없다. 그리고 증오도.”
류샤오보(1955 - 2017년)
2010년 스웨덴, 노벨상 수상식의 평화상 자리는 비어 있었다. 그 시간 감옥에 앉아 있던 류샤오보는 수상 소감을 글로 전한다. “증오는 인간의 지혜와 양심을 부식시킨다. 증오로 가득한 정신은 국가의 영혼을 더럽히고, 삶과 죽음의 야만적 투쟁을 선동하고, 사회의 관용과 인간성을 파괴하고, 자유와 민주를 향한 국가 직업군인대출 의 진보를 막아선다. 나는 국가의 발전과 사회 변화를 올바르게 이해함에 있어, 나의 질곡의 삶을 넘어서기 희망한다. 정권의 적의에 선의로 맞서고, 증오를 사랑으로 해체하기 위해서.”
증오는 정신과 육체를 모두 갉아먹는다. 인간의 자유의지는 본능, 감정, 이성의 상호작용으로 발현된다(그림1). 두뇌 최심부의 뇌간은 자율적으로 생존 신호를 조 저당권자 절하며, 본능을 유발한다. 뇌간에 연결된 변연계에 본능이 전달되면 충동의 감정을 만들어낸다. 생존과 번식 본능은 동물의 기본이지만, 시도때도 없이 충동을 따르면 사람이 아닌 짐승이다. 두뇌 최외곽에 자리잡은 신피질은 충동을 행동으로 옮겼을 때 결과를 예측해 변연계로 다시 전달한다. 변연계는 본능과 이성의 적절한 균형을 통해 자유의지를 발현한다. 감정은 내분 견적원가계산 비계로 분비되는 호르몬의 복합 작용으로 형성된다. 인간을 호르몬의 동물이라 하는 이유는, 감정이 자유의지를 지배하기 때문이다. 감정의 뇌로 불리는 변연계는 신경계와 내분비계의 중계 기지다.



그림1. 자유의지의 발현과 공포 반응.


중소기업청창업진흥원 불확실성에서 시작…공포에서 증오로, 폭력으로
공포는 증오를 포함하는 모든 부정적 감정의 근원이다. 공포는 변연계의 편도체에서 시작된다. 편도체는 시상하부를 통해 뇌하수체로 신호를 보낸다. 내분비기관인 뇌하수체는 부신을 자극하는 호르몬을 혈액으로 분비한다 (그림1). 자극받은 부신은 코티솔과 아드레날린을 정맥으로 뿜어낸다. 이 신용보증재단 대출 스트레스 호르몬들은 혈액을 타고 전신을 돌며 위험에 육체를 대비시킨다. 전신이 오싹해지고, 얼굴은 창백해지고, 입이 마르고, 동공은 확장된다. 맥박과 호흡이 빨라지고, 혈압과 혈당이 올라가고, 머리와 팔다리 근육에는 피가 돌고 위장관의 혈액은 줄어든다. 이런 스트레스 반응은 공포의 원인에 따라 싸우거나 도망치기 위한 준비다. 하지만 인체의 항상성에 가해지는 광범위한 스트레스 반응은 노화를 촉진한다. 스트레스는 만병의 근인이다.
변연계는 불확실성에 대응하며 진화하였다. 편도체에서 공포 반응을 일으키는 것은 불확실성이다. 중생대는 공룡이라는 압도적 포식자가 지배하였다. 그리고 힘없는 포유류의 생존은 불확실성에 대한 대응이 결정하였다. 호기심이 고양이를 죽인다. 적자생존이 지배하는 자연 생태계에서 공포에 대한 잘못된 판단은 죽음이었다. 올바르게 판단하면 살아남는다. 그럼 변연계는 도파민을 분비해 두뇌에 짜릿한 보상을 줬다. 이는 신피질과 해마의 지도 학습을 유도한다. 이렇게 경험이 지식이 된다. 사람의 자유의지도 변연계가 지배하는 것에서 예외가 아니다. 포유류로 진화한 수억년에 비해, 문명의 수천년은 찰나이기 때문이다. 문명에서도 예측 불가능한 대상은 편도체를 건드린다.
묻지마 살인에 더욱 분노하는 것은 의도가 없는 불확실성 때문이다. 해소가 되지 않는 불확실성은 혐오가 된다. 도파민 보상 없이 아드레날린 충격만 지속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혐오가 집단화되면 폭력성을 내포한 증오가 된다. 집단의 공동체 정신은 집단 지성과 집단 사고의 상호작용으로 형성된다. 집단 지성은 구성원 이성의 총합, 집단 사고는 감정의 총합이다. 다른 집단에 대한 불확실성은 혐오를 일으킨다. 혐오가 지속되면 증오로 전환된다. 신체의 공포반응처럼, 증오의 집단화는 사회적 긴장을 끌어올린다. 팽팽한 긴장 상태에서는 사소한 계기가 도화선이 되어 폭력이 분출된다. 집단 폭력이 투사되기 시작하면 복수의 연쇄 나선이 발생한다. 폭력이 시작된 원인은 묻혀버리고, 복수가 복수를 부르는 상황이 지배하게 된다.
집단 폭력은 동물의 세계에서도 빈번하다. 하지만 상대 집단의 씨를 말리는 살육전은, 인간과 침팬지 집단에서나 일어난다. 높은 지능 때문이다. 포로는 소중한 식량도 축내고, 복수의 불확실성까지 만든다. 원시 시대의 전쟁은 초토화가 기본이었다. 항복 없는 전쟁에서 패배한 집단의 유전자는 인류의 유전자에서 소멸되었다. 이렇게 수십만년 이상 진행된 잔혹한 집단 경쟁에서 살아남은 천여명 남짓한 집단의 후손이 현생 인류다. 집단기반 진화는 인류의 유전자에 공동체 정신을 각인시켰다.



공동체를 결속하는 관용은 ‘우리’라고 인식하는 경계를 넘어가는 순간 증오로 돌변한다. 픽사베이


세계화 시대, 증오 표적이 외부에서 내부로
공동체 정신에는 관용과 증오의 이중성이 내포되어 있다. 공동체를 결속하는 관용이, 우리라고 인식하는 경계를 넘어가는 순간 증오로 돌변한다. 집단 진화 과정에서 내부적 인정을 받는 것은 생존의 문제다. 각자도생이 불가능한 원시시대에 집단 퇴출은 사형 선고였기 때문이다. 이 영향으로 자신의 상대적 위치를 끝없이 확인하는 서열화와 비교 본능이 집단 진화의 관성이 남아 있다. 하지만 공동체 정신에 다른 집단의 평가는 의미가 없다. 오히려 증오의 대상 집단에 더욱 잔혹한 폭력을 행사해야 내부적으로 더 높은 인정을 받았다. 이것의 유물이 군대의 훈장으로, 인간의 집단 충돌에서는 개인 차원의 폭력을 까마득히 뛰어넘는 잔인함이 투사된다.
문명의 시작과 함께 집단 충돌의 규모는 커지고, 섬멸전에서 정복전으로 양상이 변한다. 농사를 위해 엄청난 노동력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이때부터 상대를 노예 계급으로 흡수하는 집단 융합이 시작되어 국가가 형성되기 시작한다. 이후 진행된 인류의 역사는 전쟁의 역사다. 그리고 이차세계대전을 기점으로 전쟁의 양상이 총력전으로 회귀한다. 이전까지 전쟁에는 전선이 명확했고, 군주와 군인에게 제한적 피해가 발생하였다. 하지만 비행기 등 신무기가 투입되면서 전후방의 경계가 사라졌다. 이차대전부터는 군인보다 민간인이 더 많이 희생되기 시작하였다. 이제 첨단 무기의 파괴력은 소수가 책임질 수 있는 범위를 까마득히 벗어났다. 아이러니하게 무기의 파괴력이 증가할수록 전쟁이 억제되기 시작한 것이다.
이제 문명은 세계화 단계로 접어들었다. 인류를 공포에 떨게 하던 자연의 불확실성도 해결되었고, 격동의 시대를 거쳐 민주주의와 자본주의가 현대 국가의 기본으로 자리잡았다. 이제는 세계 시장을 무대로 기업들이 경쟁을 벌이고 있다. 그런데 증오의 총량은 줄어들지 않고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 외부를 향하던 증오가 내부를 향해 핵분열하고 있기 때문이다. 복잡한 현대사회의 시민은 가족에서 국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집단에 소속되어 살아간다. 이로 인해 수많은 갈등이 노출된다. 민주주의에서는 다양한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정치의 중요성이 커진다. 국가의 내부 갈등에 대한 정치인의 관점은 두 가지로, 봉합의 대상으로 보거나 이익의 대상으로 본다. 물론 전자가 제대로 된 민주주의 정치의 직업윤리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무능한 정치인의 콘텐츠는 갈등이다. 정치적 경쟁이 치열해지면 고의로 갈등을 조장하는 이들도 등장한다. 인종, 지역, 직업, 세대, 남녀 등등 분류가 가능한 모든 집단이 이들의 먹잇감이 된다. 이들은 피해를 보는 집단을 찾아서 반대 집단을 근거도 없이 억지로 규정해 갈등을 유도한다. 이런 불순한 목적을 가진 정치적 갈등의 특징은 해소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들의 목적은 갈등의 해소가 아니라 갈등의 이용이기 때문이다. 해소되지 않는 갈등은 혐오가 되고, 증오의 교감이 뒤따르면 집단화가 된다. 증오의 도그마를 공유하는 정치 집단은 사회의 시한폭탄이다. 해소되지 않는 집단 증오는 언제라도 폭력으로 분출되기 때문이다.



2021년 1월 대선 결과에 불복해 미 국회의사당을 점거한 도널드 트럼프 지지자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정보화시대, 집단화의 물리적 장벽 허물다
이런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는 것은 혐오의 상인들이다. 과거에는 공동체 내부에서 발생하는 혐오는 집단화가 어려웠다. 공동체 가치에 어긋나는 혐오는 주변 사람들에 의해 억제되어 방구석에 머물다 휘발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보화 시대에는 이런 물리적 필터가 사라졌다. 통제되지 않는 인터넷에는 혐오의 상품이 흘러넘친다. 그리고 클릭 수가 돈으로 연결되는 상업 알고리즘은 증오의 집단화를 유도한다. 혐오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소통을 통해 불확실성이 낮아져야 한다. 공감의 한계선이 우리라는 공동체의 경계선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상업 알고리즘은 개인에게 전달되는 정보의 편향성을 강화해 공감을 분절시킨다.
증오는 공짜가 아니다. 증오를 위해 두뇌가 지불하는 것은 행복이다. 돈만 자산이 아니라, 감정도 유한 자산이다. 생물학적으로 행복은 성취가 아니라 불확실성이 없는 상태다. 무언가를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은 모두 생물학적 에너지가 소모되는 일이다. 분비할 수 있는 호르몬의 총량도, 분비를 조절하는 감정회로의 신경 세포에도 생물학적 한계가 적용된다. 감정 주머니의 크기가 유한하기 때문에, 증오에 잠식되면 행복의 공간이 줄어든다. 가만히 잘 따져보면, 현대 문명에서 살아가는 우리에게 증오를 불러일으킬 만큼 불확실한 상황은 드물다. 그런데도 증오에 쉽게 빠져드는 것은, 우리 두뇌는 행복이 지속되면 불안해하기 때문이다. 짧은 문명의 시간에 비해 너무 오랫동안 자연의 불확실성에 시달려온 우리 두뇌에는 공포의 관성이 여전히 작용한다. 걱정거리가 없으면 걱정을 찾아다닌다. 행복도 습관이다. 행복하지 못한 사람이 타인의 행복을 평가하는 것도 부질없고, 지금 행복하지 못하면서 미래의 행복을 기대하는 것도 부질없다.
“행복에 대한 혐오는 인간성 증오의 우아한 포장에 불과하다.”
-버트런드 러셀-
주철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