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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백한 찾을 스타일이 자신도 방주와 때문이다. 사람도대구시는 오는 17일까지 매주 토·일요일 대구시티투어 특별노선 ‘예감투어Ⅱ’를 운영한다. 여름철 무더위에도 대구의 역사와 예술, 감성이 담긴 대표 산업, 문화 시설을 둘러볼 수 있는 미술관, 박물관 투어다. 청라언덕역과 동대구역에서 출발해 대구미술관~대구간송미술관~국립대구박물관~대구섬유박물관으로 이어지는 코스다. 네 미술관, 박물관 모두 개성이 뚜렷한 곳이어서 시원한 실내에서 ‘대프리카’로 불리는 대구 무더위도 아랑곳 않고 여행할 수 있다.

대구시티투어 특별노선 운영 기간 중 투어에 참가하지 못한다면 자동차를 몰고 직접 돌아보면 된다. 각 미술관, 박물관 사이 이동 시간이 10~20분이어서 멀지 않아 불편하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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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간송미술관 관람객들이 ‘흐름’이라는 주제로 꾸며진 영상 시설에서 조선 시대 그림으로 구성된 영상을 관람하고 있다. 남태우 기자


■대구섬유박물관
새만금포항고속도로 팔공산IC에서 내려 잘 뻗은 도로를 따라 달린다. 도시의 생긴 시간외단일가
모양이 영락없는 산업단지다. 알고 보니 이곳은 섬유패션을 중심으로 하는 이시아폴리스산업단지다. 대구섬유박물관이 이런 곳에 자리를 잡은 것은 당연한 일이다. 박물관 개장 연도가 2015년이니 올해로 딱 10주년이 된 곳이다.

대구섬유박물관은 뜻밖에 큰 규모를 자랑한다. 모두 3개 층으로 이뤄졌으며 각 층 면적도 넓다. 정책테마주
전시관은 총 3곳이며 유물, 제품 800여 점이 전시돼 있다.




대구섬유박물관 ‘패션관’에 시대별로 유행한 의상이 전시돼 있다. 남태우 기자


가장 먼저 갈 곳은 2층 ‘패션관’이다. 6년 전 세상을아이투자
떠난 대구 패션 디자이너 박동준의 생전 작품이 전시된 입구를 지나면 20세기 패션의 역사를 소개하는 공간이 나타난다. 1900년대 들어 전 세계에서 유행했던 아르누보 드레스, 밀리터리룩 수트, 플레어 스커트, 바이어스 드레스 등 패션 역사를 담은 공간이다.

눈에 익은 옷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옛날에는 이런 옷을 황금성검증
입었지’라거나 ‘드라마, 영화에서 저 옷을 봤는데’라며 감탄사가 절로 터져 나오는 곳이다. 지금 유행으로 보면 도무지 입을 수 없지만 당시에는 모든 사람의 찬사를 받았던 옷이다.




한 외국인이 대구섬유박물관에서 화려한 영상을 관람하고 있다. 남태우 기자


‘비욘드 텍스타일(Beyond Textile)’이라는 주제로 기획 전시가 열리는 공간으로 들어간다. 섬유가 옷에만 사용되는 게 아니고 자동차용품, 의류용품, 군사장비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는 현황과 미래의 전망을 보여주는 곳이다.
3D프린터로 만든 미래형 의류가 가장 눈길을 끈다. 아직은 현실 세계에서 입기에는 불편해 보이지만 머지않은 시기에 다들 착용하고 다닐지도 모르는 옷이다. 자동차에 활용되는 섬유 소재라는 간판도 보인다. 선바이저, 선루프, 에어백, 시트, 안전벨트, 휠가드 등 섬유로 만든 자동차용품이 한두 가지가 아니라는 사실에 새삼 놀란다.

3층은 우리나라 섬유 역사를 소개하고 섬유 관련 기업 활동을 알려주는 ‘산업관’이다. 취업해서 첫 월급을 타면 꼭 부모에게 선물했던 빨간 메리야스 내복을 설명하는 안내판을 보면서 ‘나도 저랬지’라며 추억에 잠긴다. 우리나라에서는 ‘나이롱’으로 불린 나일론 섬유를 처음 생산한 대구 신천동 일대에 나이롱공장에서 일하는 여공이 많아 ‘나이롱 여자대학교’로 불렸다는 사실에서는 산업화의 과정이 엿보인다.




과거 여러 섬유공장에서 사용됐던 다양한 기계가 대구섬유박물관에 전시돼 있다. 남태우 기자


섬유 제조 공정을 설명하는 안내문을 지나면 실제 섬유 공장에서 쓰였던 옛 기계가 설치된 공간이 나온다. 방사기, 견직물 역직기, 환편기, 연조기 등 무슨 뜻인지 알기조차 어려운 이름을 가진 기계가 실제 공장처럼 차려져 스위치만 누르면 금세 가동될 것처럼 느껴진다. 지금은 낡아 폐기 처리된 기계에 불과하지만 40~50년 전에는 우리나라를 먹여 살렸던 장비라고 생각하니 새삼 숙연해진다.
1919년 창업해 100년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경방에서 시작해 오늘날 코오롱인 한국나이롱, 1995년 우리나라 역사상 최초로 주가 70만 원대를 돌파한 태광산업 그리고 제일모직에 이르기까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섬유 기업 공간이 이어진다.
■국립대구박물관
국립대구박물관 내부 공간은 매우 특이하다. 일반적인 박물관이라기보다는 대형카페나 호텔 로비처럼 보인다. 1994년 12월 개관했으니 올해로 31주년을 맞은 곳인데 처음 개관할 때부터 이런 형태였던 것인지 아니면 2010년 재개관할 때 고친 것인지 알 수 없지만 어쨌든 박물관 같지 않고 이색적이다.

박물관 로비에 들어서면 천장이 탁 트인 내부 정원, 즉 중정처럼 꾸민 시원한 풍경이 관람객을 환영한다. 자세히 살펴보니 원래는 2층 전시실로 이어지는 단순한 계단 로비인데, 돌 조각과 화초로 꾸민 작은 정원과 나무 의자를 덧붙여 꽤 분위기 있는 휴게 공간으로 바꾼 것이다.




국립대구박물관을 찾은 한 가족이 로비 영상 구조물 앞에서 휴식하고 있다. 남태우 기자


계단을 올라가면 바로 보이는 붉은 벽돌 벽에는 다양한 영상을 재생하는 구조물이 설치됐다. 박물관 전시회를 소개하기도 하고, 사람이 앞에 서서 다양한 몸짓을 하면 그대로 따라하는 영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아무 것도 아닌 계단에도 아이디어를 입히면 이렇게 멋들어진 공간으로 바뀔 수 있다는 게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박물관에서는 ‘만세불후(萬世不朽)-돌에 새긴 영원’과 ‘고 이건희 회장 기증 대구·경북의 국보와 보물’ 특별전이 열리는 중이다. 하지만 두 전시회보다 기자가 가장 큰 관심을 느낀 전시는 상설인 ‘복식문화실’이다. 실, 직조, 색채, 옷이라는 4개의 주제를 통해 과거부터 현재까지 우리나라 옷의 기원에 대해 전반적으로 소개하는 공간이다.




한 외국인이 국립대구박물관 복식문화실의 한복 전시실을 둘러보고 있다. 남태우 기자


복식문화실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어두운 조명 아래 다양한 종류의 한복은 물론 한복을 입은 옛 왕실 종사자 인형이 전시된 공간이 나타난다. 전시실 바닥에는 다양한 꽃무늬 영상이 끊임없이 투영된다. 한 외국인이 들어오더니 아름다운 한복에 반해 사진을 찍느라 정신이 없다. 누가 보더라도 아름다운 공간인데, 외국인 눈에는 얼마나 환상적으로 보일까.

복식문화실 나머지 공간은 공주가 결혼할 때 입던 활옷, 여성의 예복인 당의, 솜저고리는 물론 양반과 상인이 쓰던 갓, 여성 머리 장신구인 떨잠, 망건에 달던 관자 등 각종 의복과 관련 물품으로 가득하다. 외국인들이 K드라마를 보면서 한국의 다양한 모자 종류에 놀란다고 하던데, 기자도 이곳에서 수많은 모자를 보면서 새삼 놀라고 만다.




국립대구박물관을 찾은 관람객들이 해설사로부터 작품에 대해 설명을 듣고 있다. 남태우 기자


■대구간송미술관

대구간송미술관은 지난해 개관해 ‘여세동보’라는 주제로 국보·보물 40여 점 등을 소개하는 개관 기념 기획전을 열 때 방문한 적이 있었는데 이번에 다시 찾아왔다. 당시에도 발 디딜 틈이라고는 없이 붐볐다. 지금은 방학 기간이라서 자녀를 동반한 부모는 물론 중고교생, 대학생까지 몰려 역시 붐비기는 마찬가지였다.




대구간송미술관을 찾은 관람객들이 조선시대 그림을 보기 위해 길게 줄지어 서 있다. 남태우 기자


대구간송미술관에서 가장 인기 있는 공간은 김홍도, 정선, 신윤복 등 조선시대 유명 산수화가의 작품은 물론 고려청자까지 두루 볼 수 있는 제1전시실이다.

10여 개의 사각 유리 기둥 틀이 홀을 가득 메운 특이한 구성을 갖춘 공간인데, 유리 기둥을 통해 비치는 조선시대 도자기 작품과 유리 사이로 굴절되는 사람들의 모습이 매우 특이한 느낌을 준다. 시간의 흐름을 거슬러 과거로 돌아가는 기분이라고 할 수도 있다.




대구간송미술관을 찾은 관람객들이 제1전시실 유리 구조물에 전시된 각종 도자기를 살펴보고 있다. 남태우 기자


제1전시실의 하이라이트는 별개로 마련된 유리통 안에 전시된 청자상감운학문매병과 백자청화철채동채초충난문국병이다. 고려의 하늘을 상징하는 청자와 조선의 땅을 의미하는 백자가 한자리에 모인 것이니 이곳에서는 수백 년 세월을 한꺼번에 경험하는 셈이다.

대구 미술관, 박물관 여행을 하다 지친 몸을 잠시 쉬어갈 공간도 대구간송미술관에 있다. ‘흐름’이라는 주제로 꾸며진 영상 재생 공간이다. 반원형 스크린에 조선 시대 산수화 작품이 영상으로 흘러가고, 변화무쌍한 날씨와 자연의 모습도 뒤를 따른다. 관람객은 편안한 좌석에 몸을 누이고 아름다운 영상과 음악에 눈과 귀만 열어두면 된다. 피곤하면 잠시 눈을 감고 분위기만 느껴도 된다.




대구간송미술관을 방문한 관람객들이 편안한 쿠션에 기대 영상을 시청하고 있다. 남태우 기자


이곳에서 대구의 미술관, 박물관 여행을 마감해도 되고, 바로 맞은편에 있는 대구미술관에 들러 아일랜드 출신 예술가 션 스컬리 특별전을 관람해도 된다. 여행은 마음이 가는 대로, 몸이 원하는 대로 가는 게 최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