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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전의 〈AI는 어떻게 인생의 무기가 되는가〉(21세기북스, 2024)는 이렇게 시작한다. “2024년 현재, 전 세계 산업에서 가장 큰 화두라고 하면 단연 ‘챗GPT를 비롯한 AI가 어떻게 세상을 바꿀 것인가’일 것이다.” 지은이의 말이 과장이 아니라는 것은 2월17일 정부 서울청사에서 열린 제3차 AI컴퓨팅 인프라 특별위원회의 발표 내용이 뒷받침한다. 특위는 “최근 AI 산업 패권 경쟁이 가열되고 있고, 경쟁 구도도 기업 간 대결을 넘어 국가가 전면에 나서는 ‘혁신 생태계 간 경쟁’으로 바뀌고 있다”라며 올해 안에 ‘국가 AI컴퓨팅 센터’를 개소하기로 결정했다. 정부는 올해 AI 기술 혁신, 생태계 조성, 인 서민전세자금대출 재 양성 등을 위해 지난해보다 25% 늘어난 1조8000억원을 AI 예산에 투자할 계획이다.


AI(Artificial Intelligence·인공지능)라는 개념은 미국의 컴퓨터 과학자 존 매카시가 1956년 다트머스에서 열린 학술회의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처음 언급했다. 과학 실험실과 가능성의 영역 소득공제육아비 이던 AI의 범용 가능성은 2016년 구글에서 개발한 AI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가 이세돌 9단을 4승 1패로 꺾으면서 대중에게 각인되었다. 그 이후 몇 년간 AI의 발전상이 언론을 통해 전파되다가 2022년 챗GPT의 등장으로 본격적인 AI 시대가 열렸다.


AI 혁명은 30년 전에 대중화된 인터넷 크로스백 혁명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강력하다. AI의 발전은 우리의 미래를 어떻게 변화시킬까. 문학은 과학기술의 발달이 어떤 세계를 만들지에 대해 늘 뛰어난 사고실험을 보여주었는데, 김용락의 희곡집 〈房子(방자)놀이〉(유림사, 1985)에 실려 있는 ‘콤퓨토피아’도 그런 호기심의 산물이다.


이 작품에 부천오토맥스 나오는 ‘컴퓨터 천국’은 컴퓨터·인터넷·인공지능·유전공학·포스트휴먼 등이 모두 결합된 세계다. 이 세계의 주민은 평생 동안 아파트를 나설 일이 없다. 집 안에 설치된 메뉴판을 누르면 광합성 공장에서 만들어진 음식이 배달 파이프를 통해 즉시 제공된다. 재택근무만 하기 때문에 자동차와 기차 같은 운송수단은 물론이고 길이 없어진 지도 오래다. “아, 여행 말인가 새마을금고 구조조정 요?” 버튼만 누르면 원하는 어떤 장소든 실제보다 더 실감나게 가상 체험을 할 수 있다. 이 세계에서는 생식과 섹스가 분리되어 있는데, 부부는 난자와 정자를 추출하여 아이만 낳고 각자의 섹스는 로봇과 해결한다. 패션도 예술도 현금도 전쟁도 완전히 사라진 컴퓨터 천국의 주민은 “2300종”이나 되는 컴퓨터게임을 즐기면서, 좀 더 넓은 아파트, 신형 컴퓨터, 더 섹시한 로봇을 구입하기 위해 산다.


“인생이란 말씀이야, 컴퓨터가 되기 전의 단계로서 컴퓨터가 되기 위해 사는 거야!”라고 말하는 김용락의 컴퓨터 천국은 유토피아일까, 디스토피아일까. 현재 평균적인 의식주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과 그 이상을 누리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의 대답은 표나게 다를 것이다.


AI를 비롯한 정보과학기술이 가져올 미래에는 낙관과 비관이 교차한다. AI는 인간과 똑같은 지능을 가지게 될 것인가. 또 초지능 AI에 의해 인간이 일자리를 잃고 도태될 것인가. ‘미래 예측자’로 유명한 케빈 켈리는 〈5000일 후의 세계〉(한국경제신문, 2022)에서 인공지능은 기계학습을 통해 “인지능력을 인공적으로 만든 데 지나지 않는다”라고 말하며, 거기에 이경전도 동의한다.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AI가 나온다는 주장은 과학적 근거가 빈약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AI가 인간과 같은 의식을 가진 독립된 개체가 된다는 주장 역시 아직 뒷받침할 이론이 없다. 과학적으로는 챗GPT와 같은 LLM(Large Language Model·초거대 언어 모델) 역시 자의식 없이 단순히 말을 조합하는 것일 뿐이다.”


대부분의 미래학자들과 AI 전문가들은 새로운 과학기술이 일자리를 빼앗기보다 새로운 일자리를 증가시켜온 지난 역사가 AI 시대에도 되풀이될 것으로 본다. “물론 사라지는 일자리도 있겠지만 전체로 보면 더 많은 직업이 생겨난다(케빈 켈리).” “결론적으로 AI는 인간을 대체할 수 없다. 대체되는 것은 AI를 활용하지 않는 인간들뿐이다. AI를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수십 년 후의 인생이 성공하느냐 실패하느냐를 가르게 될 것이다(이경전).”

배움의 수고로움이 없어진 유토피아?




인간을 뛰어넘는 지능을 갖춘 AI가 인간을 도태시킬 것이라는 ‘인간 대 AI’의 대립은 가짜 대립이다. 이 대립은 ‘인간 대 화성인’만큼 공상적이다. 많은 경우 우리가 AI를 활용한다는 것은 가파(GAFA:구글·아마존·페이스북·애플. 페이스북은 2021년에 회사명을 ‘메타’로 변경했다)와 같은 거대 테크놀로지 기업의 소비자가 되는 것을 뜻한다. 정작 문제는 AI가 인간을 도태시키거나 인간의 일거리를 빼앗아갈 수 있다는 공포에 사로잡혀, 거대 테크놀로지 기업의 독과점과 권력을 보지 못하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더 중요한 정책적 이슈는 AI가 인간 종족과 싸움을 벌이면서 생존을 위협한다는 SF 영화 같은 상상이 아니라 AI를 악의적으로 사용하는 사람들이나 기업, 집단을 어떻게 막을 것인가가 된다(이경전).”


2023년에 공개된 GPT-4는 대학원생 수준의 임무를 이미 수행하고 있으며 이 프로그램은 계속 진화할 것이다. 요아힘 바우어는 〈현실 없는 현실〉(복복서가, 2024)에서 이 상황을 ‘AI는 점점 똑똑해지고 인간의 지능은 점점 퇴보’하는 것으로 요약했고, ‘콤퓨토피아’의 주인공은 이처럼 전도된 현실을 “평생 걸려 배워야 하는 불편이 없어졌다는 점에서 여기는 다시 한번 천국이죠”라는 반어로 표현했다. 인간의 사고(자아)는 기쁨과 슬픔을 체험하는 몸에서 우러나온다고 말하며 바우어는 AI에게는 자아가 생겨날 수 없다고 말한다. AI가 예술을 할 수 있느냐라는 질문에 저 논거를 가져오는 사람도 많지만, 저 질문은 처음부터 예술에 불변하는 본질이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고대 그리스인들에게 피카소의 추상화나 마르셀 뒤샹의 ‘레디메이드’는 예술이 될 수 없었으리란 걸 떠올려보면, AI가 만든 창작물이 예술이 되는 것 역시 사회의 관습에 따를 것이다.

장정일 (소설가)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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