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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일 부산 사상구 한 장례식장 빈소에서 형제복지원 피해생존자 홍영식(56)씨의 공영장례가 치러졌다.


ⓒ 복건우




형제복지원 국가배상 상소를 정부가 취하할 거란 소식이 알려진 날, 한 피해생존자의 빈소가 단 하루 동안 차려졌다. 사망 3주 만에 뒤늦게 전해진 홍영식(56)씨의 수시상환 부고였다.

지난 1일 부산 사상구 한 장례식장의 가장 저렴하고 좁은 빈소(28평~90평 중 28평)에서 홍씨의 공영장례가 치러졌다. 저녁 9시가 넘은 시각 조문객 5명이 탁자 하나에 모여 지하 2층 빈소를 채웠다. 모두가 홍씨와 같은 형제복지원 출신이었다. 최승우(56)·한종선(49) 두 사람은 상주 완장을 차고 영정 실매물빌라 앞을 지켰다. 홍씨가 죽기 전 병원으로 달려간 두 사람이 그의 마지막 곁까지 남았다.
고인과 동갑인 최승우씨는 영정 앞에서 눈물을 훔치며 말했다. "너무너무 어이가 없더라고. 사람 생명이 이렇게도 쉽게 꺼지나..." 홍씨는 자신이 제기한 형제복지원 국가배상 소송에 정부가 상고하자 다량의 약을 먹고 길거리에서 머리를 다쳐 사망했다. 7월 1 카드론 이용 1일 금요일 오후 5시 46분이었다. 홍씨의 죽음을 전해 들은 최씨는 "슬픔과 분노"를 애써 눌렀다. 국가폭력 피해자를 향한 "국가의 2차 가해성" 재판에 "가슴이 아프다"는 말만 반복했다.
한종선씨는 2014년 형제복지원 피해생존자모임을 만들고 "영식이 형"을 처음 만났던 때를 떠올렸다. 그리고 11년 뒤 빈소에서 마주한 형의 영정 앞에 햇살론 새희망홀씨 서 죄책감을 토로했다. "내가 애초에 이 사건을 알리지 않았더라면, 애초부터 받을 수 없는 돈(국가배상금)이었다면, 형이 이렇게 죽진 않았을 텐데." 그는 2012년 국회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며 형제복지원 사건을 세상에 알렸지만 하나둘 사라지는 동료의 죽음까지 막을 순 없었다.
흰 꽃으로 둘러싸인 영정 아래엔 홍씨의 이름이 적힌 위패가 우리은행카드연체 놓여 있었다. 고인이 생전 좋아했을지 모를 반찬과 과일들 사이로 조문객들은 술잔을 올리고 향을 피웠다. 향 냄새가 옅어질 때쯤이면 빈소에 있는 이들이 돌아가며 새 향에 불을 붙였다. 저녁 시간이 지나고 1시간에 1명꼴로 찾아오는 조문객들이 고인에게 절을 올리면 최씨와 한씨가 맞절을 했다.
이날 빈소를 찾은 사람은 30~40명. 대부분이 홍씨와 같은 형제복지원 피해생존자였다. 형제복지원 피해자종합지원센터 상담사와, 공영장례 조문단으로 활동하는 부산 시민들도 빈소를 찾았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유된 부고장을 보고 조문을 다녀간 이들도 있었다.

그의 생전 마지막 기억들










▲  지난 2일 부산 금정구 부산영락공원에서 형제복지원 피해생존자 홍영식씨의 유해가 화장되는 모습을 동료들이 지켜보고 있다.


ⓒ 형제복지원피해생존자모임




"밤늦게 연락드립니다."

지난 7월 10일 밤 10시가 넘어 최승우씨가 기자에게 문자를 보내왔다. "저희 피해생존자 한 사람이 중환자실에서 죽음과 씨름하고 있습니다." 생사의 기로에 놓인 홍씨를 두고 최씨의 설명이 이어졌다.
"7월 9일 정부가 국가배상에 상고했다는 이유로 스트레스를 받아 약을 먹고 넘어져 뇌출혈이 발생해 지금 중환자실에서 수술 중입니다. 의사는 사망 확률이 90%라고 말하고 살 가망은 10%라고 합니다."
최씨는 형제복지원 피해생존자 김철수(52)에게 "영식이 형이 다쳤다"는 소식을 들었다. 사고 2시간 전 홍씨의 전화를 받고 "국가가 상고를 하니 불안하다", "빨리 배상을 받고 행복하고 싶다"는 얘길 이미 들은 터였다. 최씨는 한종선씨에게도 소식을 알렸다. 그날 밤 9시부터 3시간에 걸친 수술이 끝나고 홍씨를 면회한 한씨는 "형 얼굴이 많이 망가져 있었다"고 떠올렸다. 한씨가 홍씨의 마지막 모습을 기억하며 말했다.
"영식이 형한테 '이러려고 아등바등 살았냐. 버텨야 하지 않겠냐'고 말하니까 심장 박동 수가 팍팍팍 올라가더라고. 의식은 없는데 귀는 열려 있는 거야. '쉽게 포기하면 안 된다'고 말하니까 또 심장이 팍팍팍 뛰더라고. 그런데 그렇게 죽으니 너무 허무하더라니까..."
한씨는 그를 '금쪽이 형님'으로 기억했다. 배운 것 없고, 가진 것 없고, 주변의 조력도 없는 상황에서 자기 자신을 돌보는 기술은 서툴렀다. 홍씨는 혼자 있을 때 불안을 조절하려고 약에 의존하는 날이 많았다고 동료들은 떠올렸다. 약을 줄이라고 권해도 "괜찮다"는 말만 고집했다.
그럼에도 "새롭게 살아보려고 노력하는 친구"였다. 지난 6월 30일 최씨는 홍씨를 만나 채무조정 신청을 도와준 적 있었다. 이후 7월 29일 신용회복위원회에서 상담이 예정돼 있었지만 그사이 생을 떠난 홍씨는 함께하지 못했다. 자신을 도와준 최씨에게 연신 고마움을 표하며 "국가배상을 받으면 좋은 일 하며 살겠다"는 홍씨의 다짐도 이뤄질 수 없게 됐다.

사과 없는 국가를 대신해










▲  지난 2일 부산 금정구 부산영락공원에 안치된 형제복지원 피해생존자 홍영식씨의 영정을 들고 동료들이 사진을 찍으며 장례를 마무리하고 있다.


ⓒ 형제복지원피해생존자모임




홍씨의 죽음은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뒤늦게 세상에 알려졌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지난 7월 16일 인사청문회에서 정부의 무분별한 상소를 지적하는 김기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해당 문제를 개선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오마이뉴스>는 법무부가 형제복지원 국가배상 소송의 정부 상소 취하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지난 1일 단독 보도했다.

홍씨의 동료들은 그럼에도 해결돼야 할 문제들이 남아 있다고 입을 모았다. '형제복지원 수용 기간 1년당 국가배상 8000만 원을 지급하라'는 법원 기준을 개선해야 한다는 게 대표적이다. 한씨는 "형제복지원엔 감금만 있었던 게 아니다. 성폭행도 있었고 강제노역으로 노동력도 착취당했다"며 "사회에 나와도 제대로 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고 전과자의 길로 빠질 수밖에 없는 구조를 지금의 배상 기준은 전부 무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에겐 국가의 과오를 끌어안는 대통령의 사과가 절실하다. 최씨는 "대통령의 말 한마디로 피해생존자들은 형제복지원의 낙인에서 벗어날 수 있다"며 "홍씨의 장례가 얼마나 초졸하게 치러졌나. 국가폭력을 당하고 억울하게 죽은 자들의 마지막이 쓸쓸하지 않도록 제대로 된 공영장례를 치러주는 게 국가의 책무 아니냐"고 반문했다.
사망 3주 만에 차려진 빈소에 유족은 오지 않았다. 경찰이 찾지 못한 유족을 대신해 형제복지원 피해생존자모임이 주관하는 첫 공영장례가 치러졌다. 조문 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까지 6시간이었다. 일반적인 삼일장에 비하면 애도할 시간조차 허락치 않는 죽음이었다. 홍씨의 동료들은 장례식장과 협의해 조문 시간을 다음 날 아침까지로 연장했다.
2일 아침 발인을 마치고 화장된 홍씨의 유해는 부산영락공원에 안치됐다. 장례가 끝났다고 고인에 대한 애도까지 마무리되는 건 아니었다. 공원을 떠나기 전까지 동료들은 홍씨의 영정 앞에서 국가를 대신해 사과했다.
"친구 영식아, 부디 편안하게 쉬어라. 미안하고 또 미안하다."(최승우)"국가의 사과를 받지 못하고 간 형님께 미안합니다."(한종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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