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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선’이 앨범에 실리게 된 데는 사연이 있다. 소년 이두헌은 사촌누나의 클래식 기타로 독학했다. 일렉트릭 기타를 배우고 싶었던 그는, 집 앞 레코드 가게 사장의 소개로 중앙대 밴드 블루드래곤에서 기타·보컬을 대한전선목표가
맡고 있던 김성호씨를 만났다. 중학교 2학년부터 3학년까지 그에게 기타를 배웠고, 대학에 입학해서 다섯손가락의 첫 앨범(1985년)을 내기까지 인연이 이어졌다.


“김성호씨가 다섯손가락에 꽤 깊숙이 관여한 셈이다. 사실 그때 저를 포함한 팀 멤버들은 그 노래가 히트할 줄 몰랐다. 앨범을 낸 서울음반릴게임판매
에서는 우리를 ‘풋풋한 대학생 밴드’로 홍보하고 싶어 했고, 그래서 ‘풍선’을 밀었던 것 같다. 폭발적 반응이 있었지만, 기분이 썩 좋지만은 않았다(웃음). 비슷한 시기에 들국화 1집이 나왔는데, 들국화는 자기 세계를 잡아가고 있었다. 반면 우리는 ‘동화 속 밴드’처럼 비쳐져 그때는 그게 싫었다(웃음). 김성호씨 집이 내가 사는 용인 아파트와 불과 100m탄소나노튜브관련주
거리다. 요즘도 오가며 만나고 있다.”




음악가 이두헌씨는 “쉬지 않는 음악가, ‘평생 음악가’로 남고 싶다”라고 말했다. ⓒ시사IN 조남진



이두헌씨가 중학 시절부터 알고 주식구입
지내던 친구들과 밴드를 결성한 건 1983년. 당시 KBS 〈젊음의 행진〉 오디션에 나가며 ‘파이브 핑거스’라는 이름을 정했지만, ‘방송 출연을 하려면 영어 이름은 안 된다’고 해서 밴드명을 ‘다섯손가락’으로 바꿨다. 1984년 오디션 출연자들의 옴니버스 앨범 ‘캠퍼스의 소리’에 곡이 수록되었고, 1985년 다섯손가락 1집 앨범을 발표했다. 65만 장가량 파칭코종류
판매된 이 앨범을 낸 지 40년이 지났고, 지금도 그는 음악가의 길을 걷고 있다.


음악을 좋아했던 부친과 사촌들 덕분에 어릴 적부터 한대수·김민기·김정호 등의 노래를 듣고 자랐다. 특히 김정호의 쓸쓸한 음악에서 큰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아버지가 사준 밥 딜런의 앨범 〈하이웨이 61 리비지티드(Highway 61 Revisited)〉는 그에게 충격으로 다가왔다. “포크 록이라 할 수 있는 사운드가 굉장히 신선했다.” 자신을 음악으로 이끈 결정적 체험 중 하나로 그 시절을 꼽는다.


고교 시절에는 사촌들의 영향으로 서울대 노래패 ‘메아리’의 음악과 ‘김민기 금지곡’ 등을 접했다. 당시 집 지하실에서 함께 음악을 듣던 고교 1년 후배가 바로 안치환씨다. 이두헌씨는 스무 살 무렵 상업음악에 발을 들였고, 안치환씨는 대학 진학 뒤에 민중가요에 뛰어들었다.


다섯손가락의 정규음반 네 장에는 당시 쓸쓸하고 무거운 정서가 담겨 있다. 가사도 그렇다. 3집 히트곡 ‘이 층에서 본 거리’의 원래 가사는 ‘수녀가 지나가는 그 길가에서/ 어릴 적 내 친구는 구두를 닦고/ 길거리 약국에서 담배를 팔듯/ 세상은 모순 속에 깊어만 가고’였다. 하지만 가사 심의에 걸려 수정해야 했다. 서울을 ‘아무것도 찾을 수 없는/ 서글픈 도시/ 저녁 찬거리에 팔아버린 자존심이 울먹이는 곳’으로 묘사한 노래 ‘서울은’ 역시 가사 심의에 걸렸다. “제 음악의 전체 기조에는 시대상이 반영되지 않을 수 없었다. 매일 최루탄이 터지고, 경찰이 여성의 핸드백을 열어보고 뭐라도 나오면 따귀를 때리는 그런 시대였다. 그런 상황에서 제가 노래로 ‘랄랄라’ 할 수는 없었다.” 팀이 사실상 해체된 뒤 ‘원맨 밴드’ 형태로 발표한 다섯손가락 3·4집에는 이런 흔적이 더 짙게 남아 있다.


다섯손가락 이후에는 컴퓨터 음악 프로그래밍을 했다. 미디(MIDI) 음악에 일찍 눈떠서 꽤 많은 작업을 했다. 하지만 ‘평생 음악을 하기엔 내가 모자라고, 이렇게 감으로만 할 수는 없겠다’ 싶어서 1999년까지 7년간 미국 버클리 음대·USC 음대에 기타 전공으로 유학했다.


귀국 후에는 25년간 경희대와 중앙대에서 실용음악을 가르쳤다. 비, 윤계상, 김태우, 박지윤, 박효신 등이 그의 제자다. 매주 월요일 정규대학 과목으로 ‘비틀스 클래스 1·2’ 수업을 한다. 3학점 강의로 비틀스의 화성, 리듬, 멜로디, 가사의 변천 등을 두 학기에 걸쳐 다룬다. 지금도 빌보드 차트 1위를 가장 많이 차지한 뮤지션은 비틀스이고, 세계 최고 대중음악가의 작곡 기법을 배우면, 언젠가 학생들이 1위 곡을 만들 수 있을 거라는 마음으로 강의에 나선다. 나머지 시간에는 경기도 용인에 마련한 복합문화공간 ‘책가옥’에서 작곡과 노래 연습, 글쓰기를 한다. 지난해에는 이두헌 3집 〈Thinks〉를 발매했다. ‘생각이 담긴 음악이 부활해야 하지 않겠나’ 하는 마음에서 제목을 그렇게 지었다고 한다.

‘귀국해 음악 활동하라’던 김광석

6월부터는 정규앨범 발매 40주년을 기념하는 소극장 투어에 나선다. 6월14일(서울 마포구 살롱문보우), 6월15일(아산 문씨어터), 6월24일(제주 플로레종), 6월28일(양산 피카소) 등 공연이 이어진다. 11월15일에는 용인 큰어울마당(600석 규모)에서 ‘이두헌 40주년 앤솔로지’ 공연도 열린다. 책가옥에서 새 앨범을 낼 만한 분량의 곡을 만들었는데, 공연 때 선보일 예정이다.


이두헌씨는 지난 공연의 수익금 일부를 전태일의료센터 건립에 기부했다. 기부처를 찾던 중, 녹색병원이 의료보험 사각지대에 있는 노동자들을 위한 병원을 세운다는 소식을 듣고 그리로 정했다. 이번 공연의 수익금 일부는 4·3 관련 단체에 기부하기로 했다. “지금도 제주 사람 열 명 중 한둘은 가족이 4·3과 관련해 희생된 분이 있다고 한다. 천인공노할 일인데, 대통령 후보라는 사람이 공산 폭도들이 한 거라면서 사죄도 안 하고 있잖나. 4·3 유적을 찾아다니는 다크 투어 모임이 있다고 들었다. 공연 기부금이 그 활동에 보탬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관련 단체와 얘기했다.”




음악가 이두헌씨는 다섯손가락 시절 정규앨범 4장을, 미국 유학을 마치고 돌아와 솔로 정규앨범 3장을 발표했다. ⓒ시사IN 조남진



그는 기타 한 대로, 자신의 창작곡으로 두 시간 반 공연을 하고 싶다고 말한다. 브라질 보사노바 연주가 주앙 질베르토처럼, 기타 하나로 공연하는 걸 예로 들었다. 그러면서 또 한 명의 가수를 떠올렸다. 김광석이다.


“김광석이 뉴욕 공연차 미국에 왔다가 보스턴에서 유학 중이던 나를 찾아왔다. 앨범 한 장을 팔면 얼마가 남는지, 명함 같은 종이에 볼펜으로 깨알같이 적어가면서 설명했다. 빨리 한국으로 돌아와 활동하라고. 헤어진 뒤, 그 종이를 찢어버렸다. ‘(김광석이) 왜 이렇게 변했지’ 싶었다. 그런데 그로부터 채 6개월도 지나지 않아 사망 소식을 들었다. 한국에 돌아와서 음악을 하라던 그의 말이 무척 마음에 걸렸다. 굉장히 애정을 갖고 한 말을 내가 속 좁게 곡해한 게 아닌지, 그때 일이 마음의 빚으로 남아 있다.”


그래서 기타 한 대로만 하는 공연을 앞으로도 이어가고자 한다. 기타 한 대와 하모니카 그리고 목소리만으로 1000회 공연을 했던 김광석처럼. 그는 “요즘은 그런 가수가 흔치 않은데, 후배들에게도 그런 음악가가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라고 말했다. 쉬지 않는, ‘평생 음악가’로 남고 싶다고.

차형석 기자 cha@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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