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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 숙인 수용자도, 인상 쓰는 교도관도 없었다. 국내 최초이자 유일한 민영교도소인 '소망교도소'는 조금은 다른 방식으로 수용자들에게 접근하고 있다.
강압보다는 신앙을 통한 믿음으로, 자율성을 보장하되 질서는 유지하며 15년째 새로운 시도를 이어오고 있다.
과도한 자율이 거짓 교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 속에서도, 작은 결실을 내고 있는 소망교도소를 찾아가봤다.
회색빛 담벼락 대신 정원…이웃처럼 인사하는 수용자

지난 18일 새마을금고 합격스펙 찾은 경기 여주시 소망교도소. 이곳은 기독교 재단이 운영하는 국내 최초·유일한 민영교도소다. 1990년대 공공영역에 민영화 바람이 불면서 민영교도소 개소 논의에도 불이 붙었다. 신앙을 통해 교화를 이루겠다는 교계의 노력 끝에 2010년부터 재단법인 아가페가 운영을 맡고 있다.

법무부와 위탁 계약을 맺고 운영비 90%까지 스마트저축은행 지원받으며, 나머지는 후원금 등으로 충당한다. 초기부터 현재까지 교계 손길과 법조계 원로들이 힘을 모아주고 있다.
인간 본질에 대한 사랑을 기반으로 하는 종교재단이 운영하다 보니 소망교도소 곳곳에선 특별한 장면들이 눈에 띄었다. 수용자들이 생활하는 시설부터 조금 달랐다.
본관에서 수용동으로 가기 위해 2개의 철문을 거치 신한 후불교통카드 연체 자 꽃과 나무가 있는 작은 정원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그 뒤에 있는 수용동은 적벽돌이, 주변을 둘러싼 담벼락은 병아리색이었다. 교정시설의 상징처럼 여겨지는 회색빛은 보이지 않았다.



국내 최초·유일한 민영교도소인 소망교도소의 수용동으로 향하는 복도. 이곳 벽면에는 각종 미술 재산세 계산기 작품이 전시돼 있다. 소망교도소 제공


수용동 내부 긴 복도 벽면에는 교도소의 역사를 소개하는 안내판과 수용자들이 직접 만든 공예품, 미술작품들이 줄지어 전시돼 있었다. 미술품이 걸려있는 지점에는 여느 갤러리처럼 조명도 달렸다.
미술품을 감상하고 있는 사이 한 남성이 지나가며 "안녕 재테크 초보자가 꼭 알아야 할 57가지 하세요?"라고 인사를 건넸다. 하늘색 관복을 입은 수용자였다. 교도관과 짧게 인사를 나눈 수용자는 홀로 30m 길이 복도를 따라 그대로 수용동으로 들어갔다. 주변에 함께 걷는 교도관도, 통행을 제지하는 교도소 관계자도 없었다.
수용자가 혼자 이동하는 독보(獨步)가 금지된 국영교도소에서는 볼 수 없는 장면이었다. 소망교도소 김무엘 총무과장은 "외부인이 보기엔 사고가 날까봐 걱정되기도 하고 더 강하게 통제해야 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며 "하지만 소망교도소는 사랑과 믿음을 통해 사람이 변할 수 있다고 믿고 최소한의 자율을 보장하고 있으며, 지금까지 이를 악용한 사고는 단 한번도 없었다"고 설명했다.
"낮은 재범률 중요하지만…수용자 교화가 더 큰 의미"

소망교도소에 입소하기 위해선 몇 가지 조건이 있다. △남은 형기가 1년 이상 7년 이하인 20~60세 남성일 것 △마약·조직폭력·공안 사범이 아닐 것 △기본적인 의사소통이 가능하고, 변화의 의지가 있을 것 등이다. 종교에 따른 불이익이나 제한은 없다.

변화 의지가 있는 수용자들이 주로 모이는 데다, 자율성을 보장하는 교화 프로그램까지 운영하다 보니 조금씩 성과도 나고 있다. 코로나 펜데믹 기간(2000~2002년) 평균 재범률은 약 5%대다. 같은 기간 이곳을 거친 수용자 100명 중 5명만 또다시 범죄를 저지르는 것이다.
하지만 교도소 측은 재범률보다는 교화가 어려울 것 같았던 수용자들이 바뀌어 나가는 모습에 의미를 부여한다. 김 과장은 "입소 당시에는 전혀 바뀌지 않을 것 같은 사람들이 있는데 이곳에서 생활하며 새로운 사람으로 바뀌는 경우가 있다"며 "우리는 그런 통계에 잡히지 않는 장면들에도 집중한다"고 했다.



수용자들이 교육을 받는 곳 중 하나인 교육동 '봄' 교실. 색종이를 오려 교실 명패를 만들었다. 소망교도소 제공


오히려 사회에 나가서 적응하고 직업 활동을 할 수 있게 교화 프로그램과 직업교육도 실시하고 있다.
이날도 교육동에선 교화 프로그램이 한창이었다. 외부 강사뿐 아니라 소망교도소장이 직접 수용자들에게 범죄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과 재범의 위험성 등을 교육했다.
이들이 교육을 받는 교실 이름은 봄, 새순 등이다. 명패는 색종이를 오려 만들었고 복도에는 형형색색 스티커들이 붙어 있었다. 얼핏 유치원이나 초등학교와 비슷한 분위기가 풍겼다. 김 과장은 "이렇게 꾸며놓으면 수용자들의 공격성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고 귀띔했다.
공장동에서도 바리스타 자격증을 준비하는 이들과 금속공예를 배우는 수용자들이 각각 교실에 모여 있었다. 이곳에서 바리스타 자격증을 취득한 수용자들 중에는 출소 후 실제 카페에서 일하며 직업활동을 하는 이들도 있다. 수용자들이 만든 금속공예 작품은 교도소의 기념품으로 이용되기도 한다.
'편한 교도소' 낙인은 경계…"피해자 참회가 진정한 교화"



소망교도소 수용동 광장 모습. 광장으로 자연광이 들어올 수 있게 투명 소재로 지붕을 만들었다. 소망교도소 제공



얼핏 보기엔 이상적인 교정시설로 보일 수 있지만, 현실적인 어려움도 많다. 일부 운영비를 후원금으로 충당해야 해 매번 적자를 면치 못한다. 국영교도소에 비해 교도관 등 관계자들에 대한 처우도 낮아 현재 남아있는 인력을 잡아두는 것도 쉽지 않다.

무엇보다 소망교도소를 향한 우려의 시선도 견뎌야 한다. 교화보다는 자율성을 보장받기 위해 소망교도소를 희망하는 수용자들이 있다거나, 느슨한 교정문화가 오히려 개선될 여지를 꺾어버린다는 것들이다. 이로 인해 피해자들에 대한 참회는 뒷전으로 밀릴 거라는 시선도 있다.
소망교도소도 이를 가장 경계한다. 민영교도소 역시 법 집행을 하는 엄중한 교정시설이며, 교화와 참회가 목적이라는 것이다. '꽤 지낼 만한 교도소'로 낙인찍히는 것은 반대한다. 특히 수용자 저마다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고 수감된 만큼 진정한 참회가 이뤄져야 한다고 판단한다.
김 과장은 "소망교도소 교화의 핵심은 진정한 참회이고, 그 중에서도 피해자에 대한 참회가 중요하다"며 "수용자들은 이웃과 주변에 피해를 입히고 입소했기 때문에 형집행법의 정신에 따라 교화돼야 할 대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율이 주어지고 개방적이다 보니 소망교도소가 편하다고 생각하고 거짓으로 입소하려는 수용자들이 많다"며 "하지만 여기는 엄연히 교화를 위해 운영되는 교정시설이고 진심으로 변화하려는 수용자들만 들어올 수 있다"고 했다.
30년 넘게 국영교도소에서 근무하다가 퇴직 후 소망교도소로 자리를 옮긴 한상한(65) 실장은 무질서 속에서도 유지되는 질서가 소망교도소의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한 실장은 "처음 이곳으로 왔을 때만 해도 오래 일하기 어렵겠다고 생각했다"며 "하지만 생활하다 보니 무질서처럼 보이는 문화 속에서 질서가 지켜지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수용자들이 새로운 인생을 사는 모습을 보니 나도 변할 수 있다고 생각했고,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다짐까지 하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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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정성욱 기자 wk@cbs.co.kr
진실엔 컷이 없다